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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민족 문화 중 가정 단위의 신앙으로 집 안에 위치한 신적 존재들에게 종교적 믿음을 바치는 민간 신앙이 있다. 이를 가신신앙이라고 한다. 집 안 구조마다 신이 존재하여 이 신이 그 공간 안에 살고 있는 가족들을 보살펴 준다고 믿는 우리나라의 민간 신앙이다. 집 안에 모실 수 있는 곳이라면 어느 곳에나 존재하기 때문에 매우 다양하며, 집안의 부녀자들이 주가 되는 신앙으로 정적이지만 현실적이고 소박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우리 민족의 농경 생활의 역사 속에서 생활형으로 밀착된 현실형 종교 현상으로 가족 구성원들의 생일이나 제사, 명절 등에 음식을 마련해 신께 바쳤다가 물리는 식으로 주부들을 중심으로 검소하게 전승되었지만 현재는 거의 소멸되었다.
가신신앙의 종류
- 삼신 : 가장 잘 알려진 신앙 중 하나인 삼신신앙은 자손의 번창과 가세의 융성을 기원하던 풍속으로 현재는 거의 사라지고 없다. 의학이 발달되지 않았던 옛날 산아 및 산모의 사망률이 높다 보니 이에 대한 두려움이 클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건강하게 잉태되고 안산하길 바라는 마음에 이 신앙이 생겼을 것이다. 안방 윗목의 선반 또는 시렁 위에 삼신단지를 모셔놓았으며 그 안에 쌀과 넣은 후 한지로 덮어 외로 꼰 새끼로 묶어놓았다고 한다. 특히 산전 및 산후 기간이 되면 새로 삼신단지를 마련하기도 했으며 외부사람의 출입을 금하며 금줄을 치기도 했는데 태아의 출생과 성장에 부정이 끼지 않도록 하려는 징표로 볼 수 있다. (금줄을 걸던 장면은 전설의 고향이나 옛날 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 성주신 : 가옥에 존재하는 신 중 최고의 신으로 집안의 가장을 수호하는 역할이다. 한 가정이 형성되고 가옥이 생기면 모셔지는 신이기 때문에 다른 가신들보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다. 지역에 따라 모시는 형태가 다소 차이를 보이는데 경상도, 충청도, 경기도 지역은 한지를 활용하거나 단지, 독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전라남도는 독을 대청마루 한 구석에 놓은 뒤 봄가을로 벼와 겉보리를 번갈아 넣는 유형이 많았다. 성주신은 새 가정이 형성되면 어느 집에서나 대게 모시는 신이었기 때문에 성주는 집 중앙에 위치하고 다른 신들 가운데에서도 특히 중시되는 존재이다.
- 터주신 : 터주신은 항아리에 쌀, 벼 또는 콩이나 팥을 같이 넣은 후 집주저리를 씌워 뒤뜰의 장독대 근처에 놓아두며 모시는 형태를 보였다. 터주신은 성주신을 도우며 집안을 평안하게 하고 액운을 달아나게 하는 집 터를 지키는 신을 뜻한다.
- 문신 : 대문을 지키는 신인 문신은 잡귀 및 나쁜 운을 물리치고 복을 가져다주는 신이다. 특히 제주도와 서울에서 뚜렷하게 전승자료들이 남아있다. 대문들이 있었던 서울의 경우 문신상들이 다양하게 있었고, 삼국사기에서는 4성문제를 지냈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제주도에서는 문신에 관련한 설화가 있는데, 가장인 남선비는 정살지신이고 그 첩이 변소귀신이며 이 첩에게 살해된 본처가 조왕할망이라고 한다. 어머니를 다시 살리고 사악한 첩을 처치한 일곱째 막내아들 '상방'은 마루의 앞문전신이 되었고 여섯 번째 아들은 뒷문전신, 첫째부터 다섯째 아들은 본토의 터주 격에 해당하는 오방토신으로 배정되었다고 한다. 문신은 보통 문에 그림을 붙임으로써 모시는데, 신라인들은 처용의 그림을 문에 붙임으로써 문신을 모셨다고 전해진다. (참고로 변소귀신이라 불리는 측신은 젊고 신경질적인 여자 신으로서 통용되는데, 변소에 들어가기 전에 헛기침을 하지 않으면 화를 내 탈을 일으키게 되고 아무리 굿을 해도 좀처럼 그 탈이 떨어지지 않는다 하여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변소 귀신이 공포의 대상이 된 것은 옛날 집 구조인 전통 가옥에서 기인한 요인이 큰 것으로 보인다. 변소가 본채와 멀리 떨어져 어둡고 후미진 곳에 있다 보니, 어두운 밤에는 불빛 하나 보이지 않아 좀처럼 출입하기가 쉽지 않고 두렵게 된 이유일터이다.)
- 우마신 : 소나 말 등 가축의 안녕을 관장하는 신이다.
- 조왕신 : 화신 또는 재물신으로도 통하며 부엌을 관장하는 신이다. 조왕신은 부뚜막 중앙의 정면에 있는 벽에 흙으로 만든 단을 두고 그곳에 조그마한 밥그릇을 놓음으로써 조왕신을 모시게 된다. 이 밥그릇 안에는 물이 들어있거나 뚜껑이 들어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 칠성신 : 북두칠성을 신격화한 것이 칠성신이다. 장수, 무사태평, 입신양명 등을 빌었다.
가신들에 대한 제의, 안택과 고사
가족의 행복과 평온, 농사의 풍년 및 재복, 감사 등을 드리는 차원에서 매해 또는 3년 단위로 음력 10월이나 음력 1월인 정월에 가정 단위로 의례를 치르는 것이 안택이다. 통상 무당들이 중심이 되어 제를 올리지만 무당이 없을 경우에는 그 가정의 주부가 무당 대신 제주가 되어 식구들끼리 간소하게 지내는 경우도 있다.
고사는 현재까지도 종종 치러지는 의례다. 가정 단위뿐만 아니라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이나 가게를 오픈할 때 제를 드리는 것을 의미한다. 배를 보유한 선주의 경우 배에서 고사를 지내기도 하는데 이 역시 배에서 안전하고 평온함을 기원하는 의미로 지내게 된다.
어찌 됐든 안택과 고사는 다양한 가신들에게 드리는 종합적인 제의라고 볼 수 있다. 세종 때 이에 관한 기록도 남아있는데 서거정의 필원잡기에서부터 그 기록이 확인된다고 한다. 사대부의 집에서는 매년 초에 기복을 하고, 수선과 영조의 경우 양재를 하는데 이때 반드시 장님 5~6명을 써서 독경을 한다라고 언급되어 있다. 후대에는 '무당을 데려다 성조신을 맞이애 과일과 떡을 올려놓고 안택하기를 기도한다'라고 동국세시기에 기록되어 있다.
[출처: 가신 신앙-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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